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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 9천 자, 실제 작업물, BL, 1차
    / 크리그어 스포일러 주의 뒷일을 부탁하지. * 잿빛 하늘에서 드리운 그림자가 거리를 덮었다. 마천루와 같은 빌딩 최상층에 서서 A은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짙은 먹구름이 낀 하늘에서 무거운 눈송이가 하나둘씩 떨어졌다. 내리는 속도를 보아 머지않으면 도시가 새하얗게 물들게 될 터였다. 우산을 찾아 편의점으로 향하는 사람과 발걸음을 재촉하는 행인, 눈사람을 만들러 가자고 부모를 재촉하는 아이가 거리에 어지럽게 뒤섞였다. 채 정리하지 못한 행사 물건들이 걸음을 서두르는 사람들 발치를 나뒹굴었다. 낮에는 화려한 기념...
    lemb 2026.08.03. 16:47
  • 약 3천 자, 실제 작업물, BL, 1차 1
    / 빠른 마감 (3일), 작업 소감 추가 “이래서야 물 건너갔는데.” 한숨을 내쉬는 A의 큼지막한 귀가 잠시 펄럭였다. 뛰어난 청각은 멀지 않은 곳에서 이어지던 인기척이 순간적으로 멈췄다가 움직이는 것을 눈치챘다. 아마 저 기척의 주인도 제 말을 들었을 터였다. 쩝, 하고 입맛을 다시며 A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창가를 가리키며 상대에게 말했다. “B,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무리야.” 책상에 앉아 서류를 뒤적이던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붉은 눈동자가 침침한 백열전구 등에 순간적으로 번쩍 빛났다. 매서운 눈길이 A...
    lemb 2026.07.14. 15:09
  • 약 6천 자, 실제 작업물, HL, FF14 기반 드림 1
    / Drowning Figures 그는 잠겨 있었다. 수면 아래, 대지 아래, 진흙 아래, 냇물 아래, 지층 아래……. 그것을 무어라고 말하든 결국 빛이 들지 않는 장소였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 그는 필요를 상실하여 버려진 도구처럼 처박혀 있었다. 그러나 그는 슬프지 않았다. 버려졌다는 사실에 분노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단지 두 눈을 형형히 뜬 채 분노했다. 제게 흘러 들어오는 내밀하고도 연약한 속살을 필사적으로 그러모으면서. 그를 그곳에 처박아둔 존재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간과하고 있었으므로. 그러다가 빛이...
    lemb 2026.07.13. 15:46
  • 약 1만 4천 자, 실제 작업물, HL, FF14 기반 드림 1
    조라쟈 님께.조라쟈 님, 안녕하신가요? 먼 곳에서 편지해요. A랍니다!근래 어떻게 지내고 계실지 모르겠어요. 계승 의식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곱씹을 때마다 가슴이 몹시 두근거린답니다. 거리는 멀지만 소식은 빠른 법이라서, 저는 종종 무왕님께 가 계승 의식이 어디까지 진전되었는지 여쭙고는 해요. 바로 어제도 그랬어요. 듣자 하니, 조라쟈 님, 한창 오르코 파차에 계신다면서요? 황금 알파카를 단숨에 잡아 오셨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A도 언젠가 조라쟈 님과 함께 황금 알파카를 탈 수 있으면 좋을 텐데요!조라쟈 님께서 ...
    lemb 2026.07.07. 15:56
  • 약 8천 자, 실제 작업물, FF14 기반 드림 1
    “냐, 결심했어. 집을 살 거야!”고즈넉한 돌의 집의 평온을 단숨에 깨부순 건 A의 우렁찬 선언이었다. 의자에 앉아 찻잔을 기울이던 야슈톨라와 위리앙제가 가장 먼저 고개를 갸웃 기울였고, 벽면에 기대어 서 있던 산크레드가 얼굴을 찌푸렸으며, 온갖 서적을 두고 말씨름하던 그라하와 르베유르 남매가 제각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지막으로 바깥에서 일을 보던 타타루마저 고개를 빼꼼 내미는 것을 보며 A는 의기양양하게 어깨를 폈다.“갑자기?”산크레드가 되물었다. 돌의 집을 박차고 들어온 내내 얌전하다 싶었는데, 이런 종류의...
    lemb 2026.06.04. 14:13
  • 약 5천 자, 실제 작업물, HL, FF14 기반 드림 1
    다리에 힘을 주고, 몸을 단단히 지탱하고, 온 팔을 써서, 찌른다. 파트너의 심장은 예상보다 무르다. 관통당한 육체가 흐느적거리지만 에스티니앙은 경계를 놓지 않는다. 꼬나쥔 창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바닥을 딛고, 조금 더 앞으로, 앞으로, 전진한다. 점점 깊이 파고들자 창을 쥔 손까지 피가 흐른다.이제 끝이다,그가 입을 빠끔거리고,이윽고 시야가 암전한다.*눈을 떴을 때 에스티니앙은 누워 있었다. 그걸 어떻게 한눈에 알았냐고 묻는다면 역시 대답은 하나였다. 지평선이 세로로 서 있었으니까. 웃자란 풀들이 시야를 반...
    lemb 2026.06.04. 14:13
  • 약 5천 자, 실제 작업물, HL, FF14 기반 드림 1
    네가 죽을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야 작별에 가까운 건 항상 나였으니까. 그것이 눈 감은 너를 보며 내가 떠올린 최초의 상념이다.리빙 메모리 계획을 실현에 옮기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때 나는 영혼 자원 시스템을 조금 더 견고하게, 몇백 년이고 견딜 수 있을 만큼 보강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식사와 수면이 필요하지 않은 영원인의 몸은 내가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편리함을 제공했고, 그 편안함에 기대어 며칠이나 밤을 지새우면서 나는 고통과 육체가 주는 인간적인 한계에 관해 근근이 고민하며 연구에 매...
    lemb 2026.06.04. 14:13
  • 약 9천 자, 실제 작업물, BL, FF14 기반 드림 1
    / 퀘스트 : 라이나의 부탁퀘스트 : 라이나의 부탁보상 | ㅁㅁㅁ의 기쁨개요 | 라이나로부터 책 배달을 부탁받았다. 라이나와 함께 성견의 방으로 향하자.*“책을?”그게 주인 없는 성견의 방을 차지한 채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모험가의 첫 마디였다.모험가는 라이나가 내민 책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검은 가죽을 덧대고 제목에 금박을 찍은 멋들어진 양장본이었다. 두께가 제법 두꺼운 데다가 무게도 상당히 나가는 듯했는데, 라이나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간 이유는 꼭 무게 때문이 아닐지 모른다고 그는 생각했다.“수정공한테 ...
    lemb 2026.06.04. 14:12
  • 약 1만 2천 자, 실제 작업물, HL, FF14 기반 드림 1
    “괜찮아요. A는 괜찮아요.” “하지만,” “으응, 괜찮으니…… 말씀하세요.” 짧은 침묵이 남기는 기다란 흔적이 있었다. 선고는 보이지 않는 자상과도 같아서 하릴없이 웃음이 났다. “삼 개월.” “…….” “앞으로 삼 개월입니다.” * 계절이 불분명한 알렉산드리아에서도 슬슬 겨울이었다. 스산한 복도는 기다랬고 또 침침했다. 벽면에 일정한 간격으로 난 동그란 창문들 너머에서는 불규칙적으로 번개가 내리쳤다. 끝무렵의 가을에 어울리는 냉기와 희미한 겨울 냄새가 침잠한, 상념에 빠지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공간을 배회하듯 걸으며 ...
    lemb 2026.06.04. 14:11
  • 약 4천 자, 실제 작업물, HL, FF14 기반 드림 1
    대검을 맨 모험가는 설원에 홀로 서 있다. 소탕은 끝났다. 부대는 제각기 복귀했다. 모험가에게는 마지막 임무가 남았다. 마지막으로 이 주위를 느슨하게 둘러보며 남은 흔적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막 제국군과의 전투를 끝낸 참이다. 갈레말 제국 수도에서 내전이 일어난 이후로 국가 간의 전쟁은 흐지부지되었다. 하지만 돌아갈 곳 없거나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 잔당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다. 모험가에게도 난동을 부리는 제국의 패잔병들 토벌 의뢰가 여러 건 들어왔다. 개중 하나에서 급한 전보가 있었다. 정확히 몇분대인지 ...
    lemb 2026.06.04. 14:11
  • 약 5천 자, 실제 작업물, HL, FF14 기반 드림 1
    너는 언젠가 죽는다. 다른 이들보다 훨씬 가파르고 성마른 속도로. 그것이 너의 주치의로서 내가 내린 첫 판단이었다.커다란 병실과 커다란 침대에 기대어 앉은 작은 체구 덕분에 너는 더더욱 앳되어 보였다. 침대 바로 옆에 난 큼지막한 창문, 거기서 떨어지는 빛살이 네 투명한 뺨을 비출 때 우리는 눈이 마주쳤다. 나를 바라보는, 그러며 삶을 갈망하는 눈은 잿빛이었고 그랬기에 나는 그 순간 속절없이 궁금해졌다. 어째서 나는 너의 주치의가 되었는가.기실 대답을 도출해 내기란 어렵지 않았다. 그것이 어명이었으므로 나는 따를...
    lemb 2026.06.04. 14:10
  • 약 7천 자, 1차, 실제 작업물 1
    / 낭만 효과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해변의 묘지 중, 폴 발레리“오늘로 할래요.”“뭘 말입니까.”“내 기일.”부싯돌을 비비던 손이 잠시 멈췄다.고개를 들지 않고, B을 바라보지 않고, 요람처럼 쌓아둔 볏짚을 내려다보며, 거기에 그슬리기 시작한 희미한 잿불에 손끝을 비비면서, A은 나지막이 대꾸했다.“마음대로.”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B도 알 것이다. 어깨 너머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기쁜 것 같지는 않았다.침착한 낯과 차분한 마음가짐으로 A은 다시 부싯돌을 비비기 시작했다. 불꽃은 여러 번 튀었으나 결정적...
    lemb 2026.06.0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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