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숨이 안개처럼 핀 밤이다. 땅거미 내린 지평선 위로 간헐적인 불빛이 깜빡였다. 일정하지 못한 거리를 두고 박힌 가로등이 꼭 이쑤시개 같다고 생각하면서 B는 모자를 한껏 눌렀다. 우산이 없었다. 출근길에 일기예보를 확인하지 않은 대가가 이렇게 돌아왔다. 나직이 한숨을 쉬며 걸음을 옮겼다. 빗줄기가 굵지는 않다. 그나마 다행이었다.회사 건물 처마의 끝단에 맞춰 서 있노라면 사방에서 우산 펴는 소리가 났다. 팡, 팡, 안녕히 가세요, 팡, 내일 봅시다, 팡, 수고하셨습니다, 네 당신도요, 그리고 다시, 팡. 접혔던 우산 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