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모드 토글 들여쓰기 토글
약 7천 자, 실제 작업물, BL, 현대 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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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mb 2026.06.04.  13:46


잘 자.


어디 아파?ㅋㅋ


어 아프다 꺼져


A아??


A아 답장 좀


 


*


 


“A.”


“…….”


“A 군 없나요?”


강의실 어디에서도 대답 같은 건 돌아오지 않는다. 머리에 듬성듬성 새치가 보이는 교수는 흠, 하고 헛기침을 하더니 다음 순번으로 넘어갔다. B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무성의하게 대답하며 스마트폰 화면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벌써 몇 시간째 노려보고 있는 탓에 배터리가 간당간당한 화면은 누군가의 메시지를 띄운 채 영영 움직임이 없었다.


그리고 그게 문제였다. 반응이 없다는 거. 대답도 뭣도 돌아오지 않는다는 바로 그 점. 싸늘하리만치 냉랭한 반응이 B을 안절부절못하게 했다. 차라리 어 엿이나 먹어 하고 안 보는 거라면 태평할 텐데, 하필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가 그 모양 그 꼴이다. 졸지에 아프단 사람, 그냥 사람도 아니고 무려 애인을 놀려먹은 꼴이 된 B은 메시지 옆에서 사라지지 않는 1을 애처롭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요지는 이거다. A이 실종됐다.


그렇다고 막 진짜 실종된 건 아니고. 그 엇비슷한 상태가 됐다는 뜻이다. 아프다는 말 한마디 남기고서 전화도 메시지도 묵묵부답에 강의에도 안 나온다. 그게 벌써 이틀째였다. 하루 정도는 그래, A도 아프면 강의 좀 빠질 수 있지, 하는데 이틀이나 이어지니 슬슬 심각해지는 것이다. 연락 안 받는 건 뭐 그렇다고 쳐도 A이 이틀 동안 학교에서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는 건 B에겐 나름대로 심각한 일이었다. 심지어 마지막 흔적 아닌 흔적이 아프다는 문자다. 신경 쓰이지 않으면 이상할 일이었다.


초조한 건지, 불안한 건지, 그도 아니면 그냥 열받은 건지. 술렁이는 마음 탓에 스마트폰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교수님 한번, 스마트폰 두 번, 교수님 한번, 어 아프다 꺼져 세 번……. 노려보면 대답이 돌아오기라도 할 줄 아는 사람처럼 B은 스마트폰을 있는 힘껏 노려보다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때마침 교수님이 조별 과제를 입에 올린 이유도, 그래,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강의가 끝나자마자 B은 근처 커피숍으로 직행했다. 마실 것 하나를 대충 시켜놓고 자리를 펴고 앉으면 십 분 전 이름을 알게 된, 이제는 몇 주 정도 부대낄 조원들이 우르르 따라 앉았다. 그럼 다시 자기소개부터 할까요, 하는 조장의 말에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B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한 바퀴를 돌아 B의 차례가 됐을 때, 그는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해보자는 건가? 아, 물론 교수님이 아니라 A이. 괜찮다는 말 한마디 해주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인가. 연락을 하도 안 보니 이제는 묵묵부답이 도전장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거기까지 생각난 B은 차분하게, 놀랍도록 냉정하고 명료한 정신으로 결심했다.


과제 미팅이 마무리되자마자 그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첫 미팅이니 친해지자고 술자리를 갖자는 조장의 제안을 완곡하게 거절한 직후였다. 아쉬워하는 이들에게 한 번씩 웃어주고서 B은 곧장 자리를 떴다. 커피숍에서 나오자마자 빨라지던 걸음은 자취방이 모여있는 사거리에 들어섰을 무렵엔 거의 뜀박질로 바뀌어 있었다. 사방에서 어 B 선배다, 하고 수군거리는 목소리는 달팽이관에 스치지도 못했다. 익숙한 거리를 내달리는 B의 머릿속엔 한 가지 생각밖에 들어있지 않았다. 아프다며. 가정방문 정도는 각오해야지. 그래도 나름 애인이기는 하니까, 아마도 그게 혼자만의 착각 뭐 그런 건 아닌 게 확실하기는 한 것 같아서. 걱정이 되기도 하고 말이지.


A의 자취방은 오래된 빌라의 삼 층이었다. 학교와 동년배인 건물은 페인트 벗겨진 외관과 군데군데 연식이 드러나는 곰팡이 따위에 잠식된 것처럼 보였으나 양심적인 주인과 건실한 학생들만 받겠다는 건물주의 소신으로 인해 내부는 그럭저럭 괜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B은 망설이지 않고 냉큼 빌라 공동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다. 싸늘하게까지 느껴지는 냉랭한 공기가 피부 솜털을 비쭉 솟게 했다. 원래 이렇게까지 차갑고 건조했나? 몸을 부르르 떨던 B은 냉방 중이니 공동 현관문을 닫으라는 안내문을 발견하지 못하고 계단으로 직행했다.


어두운 계단을 더듬어 오르다 보면 삼 층쯤은 금방이었다. A의 집은 층에 배정된 세 가구 중 계단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우유도, 신문도, 하다못해 쓰레기마저도 없는 말끔한 문간을 내려다보며 B이 눈을 가늘게 떴다. 아프다는 게 진짜인가? 그래서 어디 나돌아다니지 않고, 너무 아픈 나머지 연락도 받지 않으며, 그냥 집구석에 처박혀서 아침마다 문 앞을 치우는 정도를 유지하는 건가? B은 대답하는 대신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문을 죽어라 두드리기 시작했다. 흥겨운 자진모리장단에 맞춰서 쿵쿵쿵, 쾅쾅쾅거리며 B은 속으로 생각했다. 천하의 A이 그럴 리가 있나. 문 앞을 치울 힘이 있다면 그걸 비축해서 학교에 왔겠지.


문 너머에선 아무 반응이 없었다. 자진모리장단에 조금 더 박차를 가해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냥 옆집에 사는, 얼굴만 간신히 아는 동기 하나가 시끄럽게 무슨 염병이냐고 나왔다가 주먹 쥔 B을 보고 뒷걸음질 쳐 도로 들어가기만 했다. 그쯤 되니 슬슬 오기가 붙었다. 괴롭히려는 건 아닌데. 아니 진짜 아닌데. 애인이 아프다면 보통 걱정하잖아. 이것도 그 걱정의 한 계열에 불과하다고 스스로 설득한 B은 도어락을 올렸다. 그리고 몇 달 전 A을 설득해 뜯어낸, 아니 얻어낸 비밀번호를 꾹꾹 눌렀다.


맑고 경쾌한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그는 쾌재를 불렀다. 다만 좋은 기분은 오래 가지 않았다. 힘차게 문을 열며 A아, 하고 들어선 B이 마주한 건 현관문에서 쓰러진 가련한 애인도, 왜 문을 따고 들어오냐는 호통도 아니었다. 그냥 없었다. 그냥 없다고. A도 뭣도 없었다. 텅텅 빈 자취방을 들여다보면서 B은, 그러니까, 아주 열심히 정제해서 말을 해보자면, 어이가 없었다.


아프다며.


아프다며?


아픈데 누가 집을 나가?


적어도 A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믿는 한 사람으로서 B은 질문할 수밖에 없어진 것이다. 혹시 아프다는 거 그냥 거짓말 아니야?


 


*


 


A아 내가 뭐 잘못했어???


알겠어 달팽이 버릴게


(사진)


안 보길래 안 버림


버려라


이런ㅁㅊ


 


*


 


바빠?


B은 짧은 한마디를 지그시 노려보았다. 옆에서 액정에 구멍 뚫리겠다는 흰소리는 사뿐히 무시했다. 버려라 한 마디 보내고 다시 닷새를 씹더니. A은 무려 일주일 만에 나타났다. 바로 어제, 유일하게 겹치는 교양인 철학론에서 마주친 A은 일주일 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두 번째 줄 세 번째 자리 지정석에 앉아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A은 잠시 눈을 가늘게 뜨더니 곧 고개를 돌려버렸다. 목을 잡고 넘어가려는 걸 뒤에 있던 선배가 길바닥에서 뭐 하냐 교수님 오신다 하며 깨운 게 이십사 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B은 일단 고민했다. 여기서 뭐라고 하면 좋을지. 사실 고민하면서도 알기야 했다. 결론은 어차피 하나였다. 뭐라고 말하든 간에 그들은 만날 것이다. 조금 많이 건조하고 가끔 퉁명스럽고 때때로 의심받기는 하지만 그들은 어쨌든 연인 관계이기는 했다. 그건 B만의 착각이 아닐 확률이 높았다. 직접 면대면으로 확인해 보고 싶기도 했다. 아프다던 게 괜찮아지기는 했는지. 처음부터 거짓말이었다면 차라리 그렇다고 듣기라도 하고 싶은 것이다. 단지, 이대로 순순히 만나기엔 뭔가 묘하게 마음이 걸렸다. 별건 아니고. 그냥 나 혼자만 이렇게 걱정 비슷한 걸 했나 싶어서. 그게 걱정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에는 깔끔하게 침묵한 채 B이 한숨을 푹 쉬었다.


흐름은 B의 예상대로 되었다. 세 시간도 채 지나기 전 점심시간, 식당에서 마주친 그들은 식판을 깨끗이 비우고 약속이라도 했다는 것처럼 함께 길을 나섰다. 그들이 가장 애용하는 근처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과 생크림 케이크 하나를 시키고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B은 A을 빤히 바라보았고 A은 영수증을 내려다보았다. 잠시 적막이 일었다. A이 먼저 입을 열 생각은 없어 보였기에 B이 말했다.


“너 일주일 동안 어디…….”


“이십칠 번 고객님 주문하신 음료와 케이크 나왔습니다!”


“저거 우리 거다. 갖고 올게.”


영수증을 들고 떠나는 A의 뒤통수를 보며 B은 가만히 생각했다. 진짜 열받는데 어떡하지?


A이 돌아왔을 때 B은 의자에 파묻혀 앉아 있었다. 탁상에 아메리카노 두 잔과 케이크가 올라가자마자 B은 포크로 케이크를 크게 떴다. 단 것을 좋아하고 말고의 영역이 아니었다. 그러지 않으면 자꾸만 한숨을 푹푹 내쉴 것 같아서였다. 한숨을 케이크로 틀어막고 있자니 A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쭉 마셨다. 아마 쟤도 자신과 엇비슷한 사정이겠거니 하며 B은 포크를 내려두었다. 이제 그들을 방해할 건 없었으므로 진정한 대화의 시작이 펼쳐져야만 했다.


“……그래서. 아팠다고?”


A은 잠시 뜸을 들였다가 대답했다.


“응.”


“일주일 동안 집 나가서 뭐 했는데?”


“바다. 근처에 바닷달팽이 박물관 있더라.”


“A아 우리 팽이는 바닷달팽이가 아니라 명주달팽이야.”


B이 과장되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다시 케이크 한 입. 입안에서 뭉그러지는 생크림의 얼얼한 단맛에 정신줄을 붙들며 그가 고개를 털었다. 명주달팽이든 바닷달팽이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아니, 그것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후순위였다. A이 갑자기 왜 인터넷을 떠도는 회피형의 망령처럼 모든 걸 버리고 떠나요 혼자서 모든 걸 훌훌 버리고 했는지가 가장 중요했다. 청량한 제주 바닷가와 A을 이리저리 조합해 보던 B은 맑은 터콰이즈 빛 바다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하는 상상까지 마치고서 입을 열었다.


“왜 간 건데?”


A은 그러자 눈을 가늘게 떴다. 마치 예상치 못한 질문을 맞닥뜨린 사람처럼, 혹은 합의되지 않은 질문에 불쑥 찔린 인터뷰어처럼 얼굴을 찡그렸다. B은 애꿎은 케이크를 쿡쿡 찌르며 기다렸다. 속으로 내심 고민도 했다. 그냥 어느 날 돌연 떠날 수도 있는 건가. 내가 너무 집착하나. 아프다고 해놓고 훌쩍, 일주일씩이나 연락 없이 가는 건 그래도 좀 너무하지 않나.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이었다. 달팽이가 싫다기에는 쟤도 바닷가 가서 바닷달팽이 박물관 갔다며. 아니 그리고 애초에 이렇게까지 달팽이가 문제가 될 일인가? 달팽이가 싫어서 달팽이로부터 도망치느라 연락도 달팽이하고 그런데 도망친 곳에서 달팽이 박물관에 들어갔다가 우리 달팽이가 생각이 나서 달팽이로부터 도망친 의미를 모르겠다는 생각이 마치 달팽이 등껍질처럼 빙글빙글 머릿속을 맴돌고 뭐 그런 건가? 달팽이 노이로제 걸리겠다. 케이크의 푹신한 시트가 포크에 뭉개지는 모습이 꼭 납작 엎드린 달팽이 같다는 생각을 무심코 한 그때, A이 입을 열었다.


“……그냥.”


“그냥?”


“응. 그냥. 아프니까 보고 싶더라. 바다가.”


B은 잠시 A을 들여다보다가 시선을 내렸다. 납작 엎드린 달팽이 형상을 포크로 살살 긁으며 그는 대답했다.


“일주일 동안 연락은 왜 안 봤어?”


“…….”


“A아 우리 사귀는 거 맞지? 이거 그냥 내 착각 아니지? 무슨 약 먹고 다시 오면 밥 차려주던 너 없고 이런 거 아니지?”


“정신 차려라.”


“응.”


잠시 침묵이 앉았다. 기다란 컵에 담긴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얼음이 달그락달그락 녹아내리는 소리가 그렇게까지 큰 건지 B은 그날 처음 알았다. 아메리카노를 한 입 마시고 다시 케이크를 휘적거리는데 A이 문득 말했다.


“일부러 안 본 건 아냐. 연락.”


A이 눈을 한번 굴렸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입 쭉 빨고서 잠시 입에 머금었다가, 그걸 천천히 삼키는 모습이 느리게 이어졌다. B은 기다렸다. A은 아마 다음 말을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그는 추측했다. 머뭇거림과 신중함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는 듯하던 A은, 곧 얼핏 비장하게까지 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머리가 좀 어지러워서. 잠깐 생각 정리가 필요했어.”


“내 연락도 다 씹을 만큼? 그런데 달팽이 얘기는 볼 만큼?”


“내가 분명히 버리라고 했을 텐데. 그 달팽이.”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팽이가 들으면 상처 입을까 걱정이다 진짜.”


“달팽이는 귀 없다. 소리 못 들어.”


“하지만 마음으로는 공명할 수…….”


“헛소리라는 거 너도 알지?”


“응.”


B은 태평하게 대꾸하곤 아메리카노를 쪽 마셨다. 씁쓸한 맛이 입안에 감도는가 싶더니 목구멍 너머로 넘어갔다. 차갑고 쌉쌀한 뒷맛이 남았기에 비로소 B은 알 수 있었다. 나 좀 현실 부정, 그런 거 하고 있나. 마음이 마냥 힘들기만 한 건 아닌데, 뭐랄까. 그래도 나름대로 충격이었나 보다. 연락 두절이. 두근두근거리는 심장과 몽롱해진 정신에 가슴께를 지그시 누르는데 A이 말했다.


“최대한 스마트폰 안 하려고 했어. 배터리도 아슬아슬했고. 완전히 나가서 충전하자마자 뜬 화면에 그 달팽이가 떠서 대답한 거지 일부러 거기에만 대답한 거 아니다.”


“A아. 나 슬퍼서 가슴이 막 뛰어. 아픈 몸 이끌고 바다에 가서 바닷달팽이 박물관을 둘러볼 만큼 마음이 심란했다니. 그런데 내가 몰랐다니.”


“그거 카페인 때문에 뛰는 거다.”


“너 엠비티아이 티야?”


B이 에휴, 하고 한숨을 쉬었다. A이 하는 말들은 대강 이해가 갔다. 드문드문 파편처럼 흩어져서 대화 곳곳에 흩뿌려진 게 문제였지. 여전히 퉁명스러운 무표정으로 아메리카노를 들이켜는 모습을 지그시 들여다보던 B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케이크를 한 입 크게 떠먹고, 우물우물 삼키고, 아메리카노로 입안을 씻고, 말마따나 카페인 때문에 두근거리는 맥박을 느끼며 주먹을 꾹 쥐고서, 그렇게 물었다.


“우리 사귀는 거 맞지? 나 혼자만의 착각이 아니라.”


그러자 표정이 가관이었다. 불퉁하게까지 보이던 딱딱한 낯이 기묘하게 일그러진 것이다. 말은 없었지만 B은 어째서인지 들리는 환청에 고개를 휘휘 저었다. 진짜 이딴 소리 처음 들어. 말은 없었지만 그게 대답이었고, 또한 정답이었다.


B은 만족하기로 했다. 말없이 훌쩍 떠난 이유도, 연락을 안 본 이유도, 하필 보낸 카톡이 팽이 갖다 버리라는 슬프고도 간악한 제안이라는 것도 전부 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과장되게 눈물을 찍어 바르는 시늉이나 하던 그는 곧 A의 지긋한 시선을 느끼고 모르는 척 고개를 돌렸다. 때마침 바깥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참, 사람의 이목을 끌어당기는구나. 어째 묘하게 시선이 따끔거리는 것 같지만. 응. 그건 중요하지 않지. 암.


“바다에 갔을 때.”


“응?”


그때 A이 말했다. 동시에 불길한 감각이 오소소 돋았다. 낮게 깔린 시선, 목소리, 얌전하게 맞잡은 두 손, 기묘한 기류. 이거 설마. B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A의 두 번째 말이 입에서 떠나는 즉시 그는 자동 반사처럼 외쳤다.


“그냥 좀, 보고 싶…….”


“포크 없이 케이크 먹기!”


“미친 새끼야!”


퍽 소리가 나며 달팽이 형상 생크림이 입안으로 사라졌다. 케이크에 얼굴을 들이받다시피 한 B은 고개를 들기 전 삼 초 정도 생각해 보았다. 이를테면 카페 안 사람들이 자신을 주목하고 있을 확률 같은 것. 그들은 구석진 자리에 앉아 있었으므로 그다지 큰 이목을 끌지는 않았을 것이다. 희망찬 추측과 함께 고개를 들자마자 B은 입을 떡 벌린 조별 과제 조장과 눈을 맞닥뜨리고 활짝 웃어주었다.


며칠 후 잡힌 회의에서 조장은 B의 눈을 은근히 피했다. A을 통해 카페에서 포크 없이 케이크 먹는 조금도 수상하지 않은 연영과 학생이 있었다는 소문이 퍼졌다는 사실은 조금 더 후에 알았다. B은 소문의 경위를 친절하게 설명해 준 장문의 카톡에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잘 자 내 꿈 꿔(하트)를 남겼고 A은 읽고 씹었으며 덕분에 B은 마침내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안도감에 무사히 빠질 수 있었다.